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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담아내는 철학, 윤지훈 작가와의 인터뷰

조명에 담아내는 철학, 윤지훈 작가와의 인터뷰

기본 정보
상품명 조명에 담아내는 철학, 윤지훈 작가와의 인터뷰
상품 간략설명 조명이라는 무궁무진한 세계: 윤지훈 작가와의 인터뷰

조명이라는 사물을 도자 재료로 치환하며 작가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윤지훈(@_yunjihun)작가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그가 조명을 주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된 계기, 작가만의 작품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로파서울과 협업한 양산 조명 제작의 비하인드까지. 윤지훈 작가의 확장하는 작업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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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mayonnaisemagazine @luna.brandteller

아카이브분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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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담아내는 철학, 윤지훈 작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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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중인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산만해지는 이유는 각자의 의지 부족도 있지만, 환경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거예요. 우리는 집중력을 쉽게 잃을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끈을 잡고 버티고 있는 거죠. 이 원고 하나를 쓰는 와중에도 핸드폰을 몇 번이나 집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집중이 안 될 때면 꺼내는 몇 개의 카드가 있는데, 종합적으로 정의를 내리면 역시나 ‘환경 바꾸기'입니다. 아예 업무 장소를 바꾸거나, 헤드폰을 끼고 가사가 없는 사운드를 틀거나, 굉장히 아늑한 곳으로 파고 들어가요. 독서실이 떠오르시나요? 얼추 그런 거예요.
 
도자기 조명을 만드는 윤지훈 작가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로 조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성격을 물리치고자,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는 거예요. 덕분에 도자 조명을 대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걸리적거리던 성향도 바뀌었고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스포트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왠지 모르게 세상 것들이 자꾸 신경 쓰이는 날, 집안 불을 다 끄고 윤지훈 작가의 조명 아래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룬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자 조명을 제작하는 윤지훈입니다. 보편적으로 ‘조명'이라고 인식하는 기성품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서 도자로 재료를 치환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대표 아이템으로 조명을 고르신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함이라고요.
주변을 의식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의 소유자였어요. 말하기 창피할 정도이지만 대학교 때는 식사 약속을 거절하기 미안해서 점심을 두 번 먹은 적도 있답니다 (웃음). 평소 생활뿐 아니라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도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저만의 문제라고 여길 때도 있었지만 용기 내 주제를 오픈하고 보니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의외로 공감대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조명이라는 사물은 어떤 면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함'을 돕나요?
이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아이템인데요. 낮은 조도의 조명을 켜고 작업을 하면 묘하게 집중이 잘 되고 보다 솔직해지기까지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낮은 조도의 조명, 나아가서는 개인적이고 아늑한 공간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공간에 관심을 가져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구나 인테리어 이상으로 조명이 큰 비중을 차지해요. 조도나 빛의 온도만 바꿔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심리적 안정감마저 얻을 수 있죠.
 
조명 시리즈를 시작한 후에 눈치 보는 마음이 실제로 조절되었나요?
네. 제 성격 자체가 가장 큰 변화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처음 이 주제를 떠올렸을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눈치를 본다'라는 성향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작업을 할수록 오히려 강화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거든요. 지금은 예전 성격을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대범해졌어요. 작품으로 소통하고 작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캐스팅 기법을 활용하다가, 대략 3년 전부터 핀칭(pinching) 형태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스타일에 머무르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학부 졸업작품으로 도자 조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도자로 조명을 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게 새롭고 흥미로웠죠. 하지만 캐스팅 기법으로 제작한 조명은 기성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어요. 점토의 물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그게 이 물건의 가장 큰 매력인데 말이에요. 결국 도자를 사용하는 이유와, 그걸 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손맛을 부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점토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유연함이고, 손으로 만진 표면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강점이 있어요. 핀칭 기법을 사용하면서 조명은 아이덴티티를 찾았습니다. 더불어 형태도 다양해지고 표현의 자유도도 높아졌죠.
 


희소한 매력만큼이나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산의 난도가 높아질 것 같아요. 직접 만들어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디테일이 많겠는데요.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도자는 가마에 들어가 고온에 구워지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들어요. 조명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 전기 메커니즘이 들어가야 하는데, 부피가 줄어드니 조립이 불가능한 거죠. 따라서 재료를 먼저 선택하고, 수축률과 전기 회로에 맞춰서 점토를 성형하는 프로세스가 구축되었어요. 현재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재료와 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예요.
 

조명 하단의 디자인이 크로스, 아치, 원뿔 등으로 다양한데 이 또한 과정을 기반으로 나온 형태들인가요?
실제 조명의 형태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아요. 그중에서도 원뿔은 물레로 제작하기에 용이한 형태여서 자주 작업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웃음). 하지만 공예의 매력이 바로 그것인 것 같아요. 재료와 제작 과정이 필연적으로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 공산품에서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 포인트죠.



컬러도 다양하게 쓰시는데, 채도가 낮은 색감이 많이 보여요. 작가님의 취향인가요?
색에 있어서는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계속 새로운 컬러를 시도하면서, 최근에는 도자기 고유의 색들을 사용해 보고 있습니다. 도자의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었어요. 청자, 분청의 색이 기존 컬러들보다 채도가 낮고, ‘제품'의 느낌도 약한 편이지만 그만큼 도자기의 무드가 강해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반전 매력이 취향인 분들은 색감이 강한 모델을, 도자 고유의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채도가 낮은 모델을 추천해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로파서울에서 처음 작가님의 작품을 만났고, 그 이후로 여기저기에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로파와의 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핀칭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할 때였는데, 감사하게도 로파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당시에는 완성도도 다소 떨어지고 작품 판매 경험도 없었기에 두려웠지만 정말 기뻤죠. 묵묵히 길을 가고 있는데 발견되는 기쁨은, 작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로파 덕분에 피스피스 마켓(우크라이나 후원 행사)에도 노란색 조명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무척 뜻깊었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로파는 작가님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편집숍이라는 특성상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작가들에게 피드백이란 단비 같은 것이에요. 감사히 귀 기울이고 다음 작업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형태를 시도할 때 참고합니다.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기능이나 실용적인 부분을 편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혼자이지만 함께라는 에너지를 받죠.




이번에는 로파와 함께 미니 조명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작게 만들기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이 또 있을 것 같아요.
미니 조명 시리즈는 대형 작업의 상품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작품을 소장하고 싶지만 크기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고객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켓과 전구도 작아져야 했고, 제 작업은 구성하는 재료에 따라 형태가 많이 바뀌어요. 거의 전체적으로 변화를 줘야 했기에, 단연 쉽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사이즈 외에 기존 작업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형태는 비슷하지만 로파의 브랜드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컬러에 초점을 두었어요. 예전에 이중시유(2~4가지 유약을 겹쳐 바르는 작업)로 빈티지한 느낌을 더한 적이 있었는데요. 좋아해 주신 고객들이 많았던 경험이 있어서 다시 한번 살려 보았어요.
 

조명을 넘어 공간 자체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연출력이 좋다고 할까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초반에는 조명의 형태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은 조명이 놓일 공간을 상상하며 작업을 구상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명은 인테리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자연스럽게 공간까지 관심을 두게 되면서 탁자, 스툴 같은 가구까지 작업 영역이 확장되었어요. 조명 자체의 형식도 더 다양하게 연구 중인데요, 조명이야말로 공간의 모든 면에 부착되는 물건이잖아요. 테이블이나 플로어를 넘어 벽이나 천장에 매달 수 있는 구조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아이템뿐 아니라 소재에도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던데요. 최근 들어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를 섞기 시작하셨어요. 그러면서 순수예술과 공업이 접목된 느낌을 주기도 해요.
파이프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특히 대형 조명의 경우 목 부분에 파손 부담이 있었거든요. 계기는 그랬지만 도자와 스테인리스 스틸의 질감이 대비를 이루어서 매력이 더해졌습니다. 흙의 물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기존 도자 조명에 익숙해서 다른 재료가 섞인 모습이 어색했지만, 극과 극인 재료들의 조화를 맞춰가는 과정이 또 다른 재미를 가져오더라고요. 작가는 끊임없이 실험대에 놓이게 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사물들을 만들 계획인가요?
지금까지 ‘눈치 보는 사람들을 위한 집중 도구’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이어왔고 저를 성장하게 해준 주제인 것에는 틀림이 없어요. 이 주제를 계속 이어가면서 제가 느꼈던 안정감을 공유하고 싶어요. 조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일상용품으로 확장하면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작업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큰 주제를 다루고 싶기도 해요. 스케일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리즈와 예술성 자체를 보여드릴 수 있는 시리즈로 나누어 작업을 하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어요.


 
지극히 공예적인 분야에 계시지만 산업적인 지향성도 많이 느껴집니다. 작가님이 목표하시는 포지션이 있나요?
많은 공예가나 작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 같아요. 예술성과 상품성 두 가지를 한 작품에 담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저는 시리즈화를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두 가지 측면 모두 존중하고, 또 즐기고 싶거든요. 그리고 예술이냐 상품이냐, 경계를 구분 짓기보다는 설득력이 있는가, 에 초점을 두고 싶어요. 혼자서만 좋으면 너무 작은 기쁨이잖아요.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기고 긍정적인 영향을 나눌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는 게 제 꿈입니다.




Artist
윤지훈
눈치 보는 사람들을 위한 집중 도구를 만듭니다. 작가의 조명은 타인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불을 비춰주고자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조명에는 수많은 타인 속에서도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작가의 주관이 담겨 있습니다. 환한 빛은 부정적 감정을 환기하고 순수한 내면을 형상화합니다.

Interviewer
룬아
브랜드텔러. 인터뷰를 중심으로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일을 한다. <취향집> 외 다수 저서를 썼으며 브랜드 꿈나무들을 위한 성장형 브랜드텔링 플랫폼 ‘마요네즈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다.
@luna.brandteller @mayonnaise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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